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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104

나비처럼 그대 어깨에 새겨진 나비는 꿀을 찾아 팔랑거리지 단 향이라면 어쨌든 좋다고 길을 찾아 떠나간다지 그대를 울리고 싶지는 않았어 나만 울면 되는 줄 알았거든 그대가 울 줄 알았다면, 그러면 나는 아마 멈추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대는 울고, 또 울었었고 나는 홀로 남아 그대 울음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려 해 그러니 그대는 울고, 또 운다 해도 나는 모조리 다 혼자서 짊어지고는 밝게 웃어보려 해 2022. 8. 29.
꽃밭에서 가시가 가득한 꽃밭 속을 헤매며 장미보다 붉은 피를 흘리고 해바라기보다 커다란 울음을 울었지 아름다움의 대가는 날카로운 옭아맴이야 그대는 알았나? 행복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 사이에는 불행뿐임을 그대 역시 알고 있었나? 달이 뜨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리라 해가 뜨는 곳을 절대 바라보지 않으리라 그러니 해가 있기에 달이 존재한다는 말은 두 눈을 감고 무시하리라 언젠가 꿈이 부서져 눈물처럼 내릴 때 후회를 해버린다면 더는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으니 2022. 8. 28.
어항 커다란 어항을 툭 툭 두드리네 어항 속의 금붕어들은 바늘로 찔리기라도 한 듯 툭 툭 움찔거리며 진동의 원인을 찾네 어두운 방 안에는 유리에 내 모습이 비쳐 나는 커다란 어항을 툭 툭 두드리네 유리 안의 내 모습은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툭 툭 감정 없이 두 눈을 감았다 뜨네 어항이 깨지면 유리가 부서지면 지금이 바스러지면 지금과는 달라질까 2022. 8. 22.
계절처럼 삶은 계절인가 봐 따듯하다가 덥다가 시원하다가 춥다가 다시, 따듯해지니까 규칙적으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면은 나는 꽃이나 더위나 낙엽이나 추위나 다시, 꽃이든 무엇이 내게 오든 간에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을 테니, 사랑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나는 삶이 계절이었으면 하나 봐 그렇게 삶과 사랑을 정의하고 굳센 확신을 주어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을 마련하려 하나 봐 2022.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