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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시인79

수업 시간 작은 관심마저 버거워 숨이 막히는 제게 당신의 사랑은 너무나 무겁게 느껴집니다 가득히 저를 채우는 열망 어린 눈물들을 보면 아아, 내 안은 온통 눈물뿐이구나 눈물로 이루어져 언제나 슬프구나 얇은 코스모스 꽃잎 벌어질 때에 아리따운 나의 기쁨은 옅은 기침과 함께 이루어집니다 당신은 어느 때에 슬픔을 느끼십니까 눈물을 흘리십니까 저는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할 때에 슬픔을 느끼고 눈물을 흘립니다 헛된 꿈을 꾸는 것만 같아서, 이뤄지지 않을 소원을 비는 것만 같아서요 정답을 모르는 문제를 맞닥뜨린 어리고 여린 아이가 되어 그저 멀어지고만 싶습니다 2022. 7. 5.
마당 구석 텃밭에 피어난 백합꽃과 감자꽃 우리 함께 살기로 한 집 그 앞마당 한쪽의 텃밭에 이기적인 백합꽃과 가슴 넓은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백합꽃의 향기는 그대가 좋아하던 것 그 백합꽃이 무성히 필수록 그대가 미소 짓는 날이 늘어나고 그대는 행복했어요, 아마도 감자꽃의 꽃말은 내가 사랑했었던 것 그 감자꽃 덩굴이 얽힐수록 내가 미소를 잃는 날이 늘어나고 나는 진심이었어요, 당연히 햇빛을 먹고 빗물을 마시며 백합꽃은 저물고 달빛을 품고 이슬을 안으며 감자꽃은 시들고 우리 같이 살려고 했던 그 집 마당 한쪽의 텃밭에 자조적인 백합꽃과 눈물 어린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2022. 7. 4.
그대를 닮은 꽃 갈색 미닫이문을 조심스레 밀고 들어서면 문의 색과 같은 커피의 향기가 진동합니다 그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군요 괜시리 기뻐져서 그대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어봅니다 잠시 놀라다가 나를 보고는 미소 짓는 그대의 얼굴 그런 그대에게 나는 신문지에 싸인 꽃 한 송이를 건넵니다 이름도 모르지만 왠지 그대를 닮아 보여서 화원에서 산 꽃을요 그대는 빨개진 얼굴로 그 꽃을 받아 향기를 맡습니다 나의 생각이 맞았군요 그대와 그 꽃은 참 많이 닮아 보이니까요 2022. 7. 3.
밤하늘 속 우리 별이 흐르는 강에 나룻배 한 척 띄워놓고 별과 별 사이를 노로 가로지르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우리의 웃음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 산 아랫마을 사는 아이의 꿈이 될 것이고 우리의 이야기는 유성이 되어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누군가의 소원이 될 것입니다 시작도 우리, 끝도 우리라면 그 과정 또한 우리임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감히 짐작할 수 없음을 우리는, 우리만을 알고 있겠지요 시냇가를 사이에 둔 채 돌다리를 건너는 계절과 계절 사이 우리는 어느 계절에도 속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밤하늘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2022.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