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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104

한탄 나는 세상만사 작아지고 작아지다 짐짓 나를 모른체하던 눈을 넘어 그저 보라빛을 띠는 두꺼운 겨울 이불 속에 폭하니 어미 품처럼 잠기어 그 누구의 간섭일랑 없이 천지간에 나를 납두고 톰마스-무어나 지일-베른의 사상에 잠겨 우주와 함께 스스로를 가라앉히고 싶었건만 어이하여 세상은 이 나를 일깨우거 가르치고 번듯이 선두ㅡ무리의 앞에ㅡ에 세우러드는가? 2022. 10. 11.
균형 혹은 유지 모두가 나뒹굴며 쓰러져있다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붉은 반점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뜨거운 온도로 빛난다 처절한 신음 누군가는 어머니를 누군가는 자식들을 찾는다 채 식지 않은 잔불 남은 잔디밭을 맨발로 걷는다 고기 익는 소리가 난다 메스껍다 연기 또 연기 매캐하게 매캐해 빨간 세상인지 빨간 눈동자인지 폭발로 조각난 팔이 다시 붙을 수 있다면 2022. 10. 11.
당신 익숙해지면 무감각해집니다 반복됨은 곧 적응되고 당연시됩니다 그것이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당신은 익숙해질 수 없기에 당신 앞에서는 온 감각이 곤두서며 당신을 만나는 하루하루가 적응이 되지 않아 매일이 새롭게 떨립니다 절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없는 당신의 존재가 나를 일깨웁니다 2022. 10. 8.
외로움만 남겨두고서 나에게는 그대뿐인데 어찌하여 그대는 외로움만 남겨두고 나를 떠나가는가 연필과 종이의 관계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걸맞은 인연이었을 텐데 어찌하여 그대는 나만 두고 떠나가는가 이별이 그대에게는 이리도 쉬운 것인가 모습도 보이지 않게 저 멀리로 떠나갈 정도로 나는 그대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할 그런 사람이었나 그대만을 믿었기에 내게 닥쳐온 불행은 순전히 나의 잘못 그대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우리라는 하나의 단어에 나는 기대를 품었기에 이리도 슬퍼하네 외로움에 서글픔을 겹쳐 나만의 슬픔으로 만들고는 그 슬픔을 느끼며 살아가네 2022.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