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글귀203

그대의 사소함에 대하여 먹구름의 뒤에는 그대가 있겠죠 내 젖은 머리칼을 말릴 수건과 새 옷을 손에 들고 이 비가 걷히기만을 기다릴 거예요 이 고통의 끝에는 그대가 기다리겠죠 내 상처를 닦아주고 치료해줄 약들을 손에 들고 내게 아픔을 주는 것들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릴 거예요 그러니 나는 한껏 비를 맞아도 기뻐요 있는 힘껏 아파도 괜찮아요 그대가 있잖아요 아무리 비를 맞아도 닦아줄, 아무리 아파도 상처를 치료해줄, 그대가 있잖아요 만약 이 먹구름의 뒤에 그대가 없다면 내 젖은 머리칼을 말릴 수건과 새 옷이 없이 이 비를 혼자 맞는다면 만약 이 고통의 끝에 그대가 없다면 피 흘리는 상처들과 느껴지는 아픔들을 그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나는 비 오는 날이 싫어질 거예요 상처들과 아픈 날이 싫어질 거예요 그대가 없잖아요 아무리 비를 .. 2023. 5. 9.
사랑은 꽃이었다가 고목이 되는 것 사랑을 할 적에 사랑은 꽃처럼 맑게 싹이 돋고 자라나며 피어난다 사랑의 잎은 사랑, 그 자체보다 거대하게 제 모습을 치장한다 그러다, 그러다가 사랑이 끝날 적이면 사랑은 고목처럼 힘없이 균열이 생기고 짙게 부서지다 결국 스러진다 사랑의 결말이란 사랑, 그 존재보다 훨씬 초라하게 남겨짐도 없이 사라진다 너가 그랬고 내가 그랬으며 우리가 그랬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러하며 우리가 그러했다 2023. 4. 25.
시린 꽃잎 저 시린 꽃잎은 당신을 닮아 있군요 흩어져 내릴 것이라면 시리지 않은 온기 가득한 바람에 의하기를 매정히 떠나지 않을 빗물에 의하기를 2023. 4. 20.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 아, 저 사람은 하얀 담배를 피우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맙니다 자리한 계절이 겨울이든, 아니든 그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의 꿈에 내가 나올 수 있다면 나는 억만금을 줘서라도 그를 취소하지 못하게 할 텐데 서양의 악기는 내가 모르는 연주 방법으로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른 곳으로 떠나더라도 뒤따라와 모든 이의 귀를 잠그니 어쩌면 가방은 사실 무언가를 담기 위한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맞추며 같은 주제로 말을 주고받는다면 우리는 하나라는 뜻이겠지요 다르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라는 뜻 말이에요 2023. 4. 1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