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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104

술자리 너와 내가 취할 동안 그대는 어디 있었나 너와 내가 힘든 삶을 살아가다 모든 걸 포기하고 술이나 잔뜩 마셨을 때 그대는 어디 있었냐고 우리는 값싼 술들로 우리의 목을 적셨지 우리들이 삶이 너무 힘들어서 그저 취하기만을, 생이 가벼워지기만을 바랐을 때 대체 어디에 땅속에 있었나 하늘 위에 있었나 어쩌면 우리 곁에 있었나 술 안에 있었나 노래 속에 있었나 그렇게 우리 옆에 있었나 노래는 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노래가 끝이 나면은 술에 취한 우리들만 초라하게 남을 텐데 그대가 우리에게로 오지 않고 노래가 끝나버리면 술병들 옆에 드러누운 우리만 있을 텐데 2022. 9. 17.
내가 더 그 누구보다 강해지고 그 무엇보다 세진다면 부서져 버린 나의 이들을 더는 잃지 않겠지 그 누구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커다랗던 나의 눈물 어린 작별들은 이젠 사라져버릴 거야 내가 더 세고 강한 사람이었다면 헤어지지 않아도 됐을 그 소중했던 인연들 내가 더 강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면 잊으려 하지 않아도 될 그 아름답던 기억들 이마를 맞대고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두 손을 맞잡고 절대로 홀로 두지 않겠다고 그 말들은 내가 그대들에게 했던 말일까 그대들에게 해야 했을 말일까 아니면은 그대들이 나에게 했던 말일까 그대들이 나에게 해야 했을 말일까 2022. 9. 15.
혼자, 홀로 공허하십니까 가질 수 없는 것들과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을 보며 그대는 공허함을 느끼십니까 외로우십니까 곁에 없던 이들과 사랑할 수 없던 것들을 보며 그대는 외로움을 느끼십니까 넓은 마음을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의 마음이 너무나 좁았고 커다란 사랑을 안아주기에는 우리의 사랑이 너무나 작았습니다 결과를 위해 원인을 만든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역설적인 존재 그들을 보며 사랑을 찾는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존재 우리라는 단어로 오늘 하루도 견뎌낼 수 있다면 거짓으로라도 매일 견뎌낼 수 있는 우리 2022. 9. 13.
중요한 것도 아닌데 슬퍼하는 척 지나가 주오 기쁨이나 미소, 웃음소리도 없이 아파하는 척 스쳐 가주오 고통이나 상처, 앓는 소리도 없이 주저앉은 나와 눈을 맞춰주려 무릎 꿇었던 당신 여전히 주저앉은 나와 이제는 눈 맞추지 않고 일어나버린 당신 영원히 주저앉아있을 나와 조만간 그림자도 흐릿해질 떠나가 버린 당신 그러니, 알고 있으니 슬퍼하는 척하며 지나가 주오 결국엔 당신도 사라져버릴 테니까, 난 알고 있으니까 아파하는 척하며 스쳐 가주오 결국엔 당신도 떠나가 버릴 테니까, 모르지 않으니까 2022.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