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집104 선인장 짙푸른 녹잎은 태양보다 달, 별보다 더 진하고 새싹의 채도도 새벽보다 저녁보다 더 짙은데 새까만 흙 위에 새하얗게 잎이 솟은 탁자 위 선인장은 그대의 한숨이 연하게 담겼다 재들을 털고서 꽂아 넣은 담배들은 선인장이 되어서 그대의 눈물을 감추어주었다 흰 연기는 한숨의 증거 흰 담배는 눈물의 결과 저 멀리서 하얗게 동이 튼다 2022. 8. 18. 꿈과 그 조각들 아름답게 부서져 내리는 그대의 꿈들, 그 조각들 땅에 수북이 깔린 그대의 꿈들을 손수 한데 모아 돌려주고 싶었지만 그대의 꿈 조각들에, 그 날카로움에 여린 손을 베이고, 또 베이고 손이 피로 범벅이 되고 나서야 나는 포기했지요 이제 그대가 손수 꿈 조각들을 줍는데도 거기엔 나의 붉은 피가 묻어 다시 그대가 꿈을 꾼대도 나의 피처럼 붉은 꿈만 꿀 수 있을 거예요 나의 아픔들과 깊은 상처들만 사랑하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불러주지 않아도 나는 나이기에, 그대는 그대이기에 나는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어제와 다르지 않아 보이는, 하지만 틀림없이 다른 오늘만을 바라볼 거예요 2022. 8. 16. 개화 (開化) : 꽃이 피다 개화의 날이 오면 나는 새하얗고도 바알갛게 피어나리다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나의 마음 역시 새하얗고 또 바알갛게, 아름답게 피어나리다 푸르고도 붉다란 자국은 자유를 말하고 희망을 되새기다가 애타게 새겨져 버린 나의 슬픈 자국 검은 열 여덟 개의 자욱은 만세를 외치고 독립을 소망하다가 애타게 타올라 버린 나의 아픈 자욱 개화의 날이 오면 나는 새하얗고도 짙푸르게 피어나리다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나의 나라 역시 새하얗고 또 짙푸르게, 어여쁘게 피어나리다 2022. 8. 15. 행군 괜시리 아픔 위에서 서성거렸던 그날들 어쩌면 떠날 수 없는 아픔이 어린 그날들 쓰러져버리면 나를 누군가 주워줄지 몰라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넘어져 버리면 나를 누군가 안아줄지 몰라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나약한 생각들만 가슴에 품은 채로 떠나가지도, 도망가지도 못했던 날들 혼자는 두렵다고, 혼자는 무섭다고 나아가지도, 포기하지도 못했던 날들 눈뜬 채 지새우는 밤들은 하루가 지날수록 그 무게가 더해지고 그 밤들이 뭉쳐서 생겨난 외로움의 존재는 날 잡아먹어 버리네 2022. 8. 12. 이전 1 ··· 5 6 7 8 9 10 11 ··· 2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