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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104

끝내 울음조차 되지 못한 우리 내던진 꽃다발에는 붉은 사랑이 담겨있어 그대는 나의 진심조차 팽개치고 떠나버린 것이지요 내던져진 꽃다발은 나의 사랑도 모르는 체 나를 홀로 두고 떠나간 그대의 뒷모습인 것이겠지요 흩뿌려진 꽃잎과 자잘한 눈물들은 메마르고 있어요 의미 없는 날개와 홀로 남겨진 나는 사라지고 있어요 달력을 넘기고 시간이 흘렀음을 새삼스레 깨닫는 오후 서운함보다도 서글픈 외로움이 덮쳐와 외로워진 오후 울음이 죄가 되지 않는다면 나는 죄인이 아니겠지요 미소가 덧발라져지지 않는다면 나는 영원히 우는 사람이겠지요 2022. 10. 5.
얌전히 일으키는 소란 차오르는 삶에 자신을 버거워하다 파도처럼 세월이 들이닥치면 시간을 잊어버린 채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우리 적막한 술집에 홀로 앉아 먼지 덮인 창밖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것 그것에 해당하는 마땅한 감정들을 우리는 모른다 계절이 몇 번씩 지나가고 반팔들과 외투들이 조금씩 낡아버리면은 우리는 눈물의 존재를 인정하고 눈물의 무게를 재기 위해 저울을 찾아 떠나리라 불꽃은 넘실거리며 발레리나처럼 무대를 장식하고 그저 관객일 뿐일 우리는 당연하게 늘 그래왔듯이 노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지 2022. 10. 4.
자그맣게 큰소리로 그대를 부르는 것보단 작은 속삭임으로 그대를 부르고 그대를 품에 껴안는 것보단 그대의 손을 조심스레 잡고 강렬하게 동트는 것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옅게 내려앉는 일몰을 두 눈에 담게 하는 것 일출부터 일몰까지의 소란하고도 번잡한 것보다는 일몰부터 일출까지의 조용하고 정적임을 느끼는 것 그대 이름을 부르고 바라본 그대는 혼자가 익숙해져 언뜻 쓸쓸해 보여도 나를 보며 웃기에 나는 그대의 옆에 아무렇지 않은 듯 설 수 있었습니다 그대의 손을 잡고 바라본 하늘에는 새까만 구름들이 끊어진 듯 보여도 연결되어있기에 나는 오히려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2022. 10. 3.
허탈함 나보다도 더 멀리 사랑이 떠나갔으니 나는 더 이상 사랑을 떳떳이 말하지 못할 것 같아 입가에 묻은 얼룩을 정성스레 닦아준 너의 그 표정을 나는 더 이상은 간직하지 못할 것 같아 눈이 내리고 동그랗게 모은 손의 끝에는 너의 모습이 있을 거야 어둠이 닥쳐오고 추한 나의 사랑이라도 그 사랑의 끝에는 역시 너의 모습이 있을 거야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게 너에게는 부담이었을까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게 너에게는 무거웠던 걸까 누구에게라도 무엇에게라도 사랑을 준다면 같은 사랑을 받을 줄 알았는데 누구더라도 무엇이더라도 사랑을 주면은 받기만 하고 끝이 나버리더라 2022.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