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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104

눈물은 조금만 흘리기로 했어요 카페에 홀로 앉아 창밖의 햇빛에 홀로라는 사실이 문득 외롭게 느껴져 시선을 애써 커피잔에 두고 새까만 커피를 한입 다시 한입 마셔보네요 검은 만큼 쌉싸래한 커피 오늘도 보내야 할 외로운 밤의 맛과 같다고 나는 생각해요 언제인가부터 내 곁에 맴도는 불완전함은 내게 말을 건네는 듯해요 너도 완전하지 않구나 너도 완성되지 않았구나 너도 사랑이 없구나 너도 외롭구나 너도, 너도 나와 같구나 2022. 5. 23.
주오 그대는 나를 죽이고 멀리로 사라지네 껍데기만 남은 내가 마지막으로 내쉰 숨은 모진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떠나간다 나의 숨이 혹여라도 그대에게 닿을 수 있을까 나의 숨을 조금이라도 그대가 바라고 있을까 복잡고도 천한 나의 마음은 지금에도 그대만을 그리고 또 바라네 모진 그대지만, 나를 버린 그대지만 나는 아직 그대를 사랑하네 슬프고 기뻐하는, 그따위의 감정들이 그대를 향하게 하네 만날 수 없는 그대에게 만남을 종용하는 편지를 보내네 2022. 5. 18.
눈 소리 눈이 내리는 소리를 녹음하려 작은 동자 스님 빼면은 아무도 없는 절에 가서 마루에 걸터앉아 녹음기를 돌렸지요 귀에 얹은 헤드폰에서는 사박사박 눈 쌓이는 소리가 들리고 사박사박, 사박사박, 계속 사박사박에 몰입하다 문득 들려오는 저벅저벅 소리에 뭐가 녹음을 방해하는지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대가 내게 오고 있었지요 시끄럽고 울리는 목소리로 내게 무엇을 하는 중이냐고 묻는 그대 때문에 나는 녹음을 끊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어요 눈 내리는 소리를 녹음하려고 한다, 라며 퉁명스럽게 말하는 나를 그대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상쾌하게 웃으며 재미없는 눈 소리 녹음 대신 자기랑 이야기나 하자 그랬지요 눈 소리를 듣는 것보다 그대의 말소리를 듣는 것이 더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그대에게 나는 말해주었어야.. 2022. 5. 16.
겨우살이 겨울, 이 황량함 속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내미는 새싹아 우박, 눈, 칼바람, 추위 버텨내기 쉬운 것 하나 없겠지만 살아남거라. 끝까지 살아 네 명 채우고는 이승 여행 즐거웠다는 어느 시인의 말. 너도 꼭 하거라 2022.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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