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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104

내면 그대만 괜찮다면은 나는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 그대가 좋아한다면 나는 그대를 영원히 품에 안고 싶어 두 개의 베개와 하나의 이불은 우리의 사랑이 표현된 것이겠지 두 개의 칫솔과 하나의 치약도 우리의 사랑을 드러낸 것이겠지 내일은 무엇을 할까 묻는 그대에게 나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어 내일은 어디를 갈까 묻는 그대에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 이유를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 그대도 알고 있는 것이니까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아도 돼 나도 늘 알고 있던 것이니까 2022. 6. 13.
여름과 겨울 여름 감정은 녹고 풀죽은 채로 언제나 올려다본 구름들의 행렬 겨울 감정은 얼고 시답잖은 듯 매일같이 삼킨 고드름의 끝 여름이 길어지면 나는 녹아버리고 겨울이 길어지면 너가 얼어버리겠지 여름과 겨울, 겨울과 여름 사이에 존재하는 봄과 가을은 완충재일 뿐이야 나와 너, 너와 나의 사이에서 닿지 못하게 하는 그것들이 이름을 갖고 버티는 것뿐이야 2022. 6. 12.
그럴까 영양을 끌어올려 꽃망울을 맺히고 곧이어 터뜨려 꽃을 피우는 꽃처럼 기억을 끌어올려 그때를 떠올리고 이윽고 울면서 너를 키우는 나처럼 꽃잎에 눈물 가루를 담아 돌돌 말아 불을 붙이고 피우면은 연기가 너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피어올라 하얀 낮달이 유난히 슬픈 이유는 너와 내가 우리였기 때문임을 너도 알까 알고 있을까 대단하지 않은 사랑이었지만 소중했었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을까 2022. 6. 11.
사랑에 대하여 사랑엔 발이 달려있지 않아 자기 마음대로 떠나지 못하지만 두 손이 달려있기에 누군가의 손을 잡은 채 떠날 수 있음을 몰랐네 사랑엔 날개가 있지 않아서 자기 생각대로 떠나지 못하지만 두 팔이 달려있기에 누군가의 품에 안긴 채 떠날 수 있음을 나는 몰랐네 사랑은 영원히 떠나지 않으리라 내 곁에 남겨져 있으리라 생각했다네 사랑은 영원히 내 곁에 있으리라 내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 나는 생각했다네 해가 뜨거운 겨울의 아침 새벽의 서리처럼 사랑은 떠나고 홀로 후회하네 바람이 시린 가을의 오후 떨어진 낙엽처럼 사랑은 떠나고 나는 홀로 후회하네 나는 홀로 후회한다네 2022.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