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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작가155

봄처녀 상처가 생기고 흉터가 벌어지며 낙엽과 함께 흩뿌려진 핏방울 자국들을 건너 속 알맹이가 곪아버린 계절을 지난 후 서리 앉은 봄 처녀 마음 손짓 하나에 풀어지듯 나비 날개에 꽃가루 묻어나는 지금에야 실금 자국 아물어갑니다 2023. 4. 9.
그렇게 된다 저무는 것은 너 서러운 것은 나 해가 지면 달이 슬그머니 빛을 발한다 낮 동안 모아둔 햇빛을 그렇다면 저것은 달인가 해인가 떠오르는 것은 너 서두르는 것은 나 달도 꺼지면 하늘만이 남아 외로움을 달랜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이 그렇다면 이 마음은 외로움인가 괴로움인가 술 한잔에 건네는 서글픈 눈물과 담배 한 개비에 사라지는 공허한 웃음과 너와 나 2023. 4. 7.
몫에 따른 나머지 값 누군가가 길가의 민들레 허리를 꺾어 씨앗을 부는 것이 민들레가 바라던 결말이라면 민둥머리 민들레가 아무렇지 않게 버려져 초라해진 모습으로 밟히는 것 또한 그럴 것입니다 2023. 4. 5.
채울 수 없습니다 채울 수 없습니다 채우지 못합니다 소란한 하루를 말끔히 비워내지도 못합니다 시린 바람 탓에 깨어난 정신은 망상에 들 수 없게 머릿속을 들쑤셔대고 예민했던 어제를 마찬가지로 살아가겠군요 주먹을 쥐어봅니다 잡히는 것은 없을 테지만 빈 손바닥을 보이는 것보다는 지나가는 시간의 목덜미를 낚아채어 윽박지르며 묶어놓고 싶지만 유리에 비친 햇빛이 손아귀를 살며시 감아와 얇은 손목에는 힘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사랑을 가불 받을 수 있다면 평온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하루를 지워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곱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2023.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