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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 수 없습니다

by 장순혁 2023.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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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 수 없습니다
채우지 못합니다
소란한 하루를
말끔히 비워내지도 못합니다

시린 바람 탓에 깨어난 정신은
망상에 들 수 없게 머릿속을 들쑤셔대고
예민했던 어제를 마찬가지로 살아가겠군요

주먹을 쥐어봅니다
잡히는 것은 없을 테지만
빈 손바닥을 보이는 것보다는

지나가는 시간의 목덜미를 낚아채어
윽박지르며 묶어놓고 싶지만
유리에 비친 햇빛이 손아귀를 살며시 감아와
얇은 손목에는 힘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사랑을 가불 받을 수 있다면
평온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하루를 지워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곱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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