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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205

영원히 나는 너가 할 말이 무슨 말일지 알아서 나는 나가버렸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말들이었으니까 나는 그 말들을 감당할 수 없단 걸 알고 있었으니까 네 마지막이 어떤 것일지 알아서 먼저 떠나버렸지 이미 나는 짐작했던 작별이었으니까 나는 그 작별을 버텨낼 수 없단 걸 이미 알았으니까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점심 무렵에 일어나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 너의 옆에서 너를 깨운 뒤 사랑을 속삭이고는 다시 한번 사랑을 말하고 싶어 이제 내게는 다시 없을 일들을 난 원하고 있어 아마 영원히 나는 그 일들을 원하고 있을 거야 2022. 11. 1.
나의 말 눈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그대는 본 적이 있나 바람은 한숨으로 이뤄진 골짜기를 그대는 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슬픔이 뭉쳐져 처절하게 엮인 골짜기를 나는 본 적이 있다 고통이 굳어진 낭떠러질 그대는 본 적이 있나 변화는 위태로움뿐만인 낭떠러질 그대는 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아픔이 섞어져 아릿하게 멈춘 낭떠러질 나는 본 적이 있다 그대여 나에게 할 말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 그대가 할 말이 있지 않은가 만남이든 작별이든 나에게 할 말이 있지 않으냐는 말이다 2022. 10. 31.
너를, 오직 너만을 너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너가 웃어주면 나도 따라 웃어주고 싶어 걱정 없이 환하게 말이야 너의 머릴 헤집어놓다가 너가 화를 내면 나는 네게 사과하고 싶어 너는 내게 웃어주겠지만 늘 처음처럼 사랑할 수는 없겠지 처음의 설레임과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는 사랑과 사랑들을 처음처럼 줄 수는 없겠지 그래도 너와 나는 또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사랑과 사랑들을 여전하게 나누어 갈 거야 우리가 사랑했고 사랑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하나였고 아직 하나란 것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 2022. 10. 30.
버드나무 우거진 숲 구름이 미워 하얗다가 까매지며 때론 사라지니까 우산을 거꾸로 뒤집고 내리는 빗물을 받는다면 그 모습을 바다라 부를 수 있으려나 손을 휘저어 만드는 파도와 언제라도 기화되어 날아갈 사소한 감정의 뿌리 내림 아무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사라지고만 싶어 어느 곳이든 어느 시간이든 멀어질 수만 있다면 나는 단호하게 걸어갈 텐데 너에게 입을 맞추고 춤을, 춤을 추면 너는 나를 봐줄까 나를 사랑해줄까 달빛이 흔들리는 게 달 때문인지 너 때문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 너가 없는 지금에도 나는 짐작도 못 하겠어 202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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