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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205

남기자 추억을 눈물을 가다듬고 슬픔을 정리하다가 문득 찾아낸 기쁨을 소중히 건지며 깨끗이 닦은 후 책상 위에 둔다 미소를 정리하고 기쁨을 안아주다가 문득 떠오른 슬픔도 소중히 주우며 깨끗이 닦은 후 기쁨 곁에 둔다 살아있는 동안의 흔적은 우리를 우리로 한정 짓고 우리로만 남게 한다 웃고 있는 동안의 기쁨도 우리를 우리로 몰아주고 우리로만 적어둔다 해가 지는 곳을 찾아 떠나가고 떠나가자 슬픔이 묻힐 곳에서 드러눕고 앉아있자 슬픔 외에 무엇이 묻히던 그것은 운명의 순리 나를 탓하지 말자 기쁨 외에 무엇이 남은들 그것은 생애의 순서 그를 탓하지 말자 2022. 11. 7.
가을에게 가을에게 그리움에 대해 물었네 가을은 흔들리는 단풍나무로 답했네 가을에게 외로움에 대해 물었네 가을은 떨어지는 단풍잎으로 답했네 가을에게 사무침에 대해 물었네 가을은 비어버린 나뭇가지로 답했네 그러다 그러다가 가을에게 사랑에 대해 물었네 가을은 머뭇거리면서 울음을 참다가 떠나버린 그대라고 답했네 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실은 모두 그대였다고 답했네 그대의 다른 이름이었다고 답했네 2022. 11. 5.
갈대와 바람처럼 언젠가 너를 홀로 두고 나는 떠났지 그때를 너도 나처럼 아직 기억하고 있니 기억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너에게 나는 딱 그 정도의 사람이었으니 굳이 기억하지 않을, 기억하는 게 이상한, 딱 그 정도의 사랑이었으니 매번 흔들리는 갈대를 굳이 신경 쓰지 않는 바람 나는 갈대였던 거지 너는 바람이었고 매번 흔들리는 건 나고 신경 쓰지 않는 건 너였지 갈대가 부러진대도 바람은 또 불 거야 언젠가 너를 남겨두고 난 또 떠날래 그때가 되면 더 잘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2022. 11. 3.
그럴 거야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해 긴 여행길에 기절하듯이 잠든 너의 뺨을 매만지며 너를 살짝 깨워주고 싶어 너가 눈을 가녀리게 뜨고 도착했냐며 내게 물으면 나는 말없이 그저 미소로 너에게 대답해주고 싶어 우리는 새로운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집을 짓고는 서로를 사랑하며 살 거야 누구도 우리를 몰라보는 새롭고 행복할 그곳에서 우리는 사랑하며 살 거야 싸우지 않을 수는 없겠지 그러나 우린 싸우더라도 서로의 두 손을 잡은 채로 싸우곤 금세 화해할 거야 서로 밉지 않을 순 없겠지 그러나 서로가 밉더라도 서로의 두 눈을 마주치며 우리는 다시 대화할 거야 우리 둘에게는 우리밖에, 다른 것들이란 없으니까 우리 둘에게는 서로밖에, 다른 것들이란 없을 테니 202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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