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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시인79

구름꽃 삶조차 버거워 꿈도 꾸지 못하는데 그대는 어찌 내가 다가와 지워질 꿈을 마음에 바알간 글씨로 적나요 해 질 녘의 오후 모난 글씨로 적힌 나의, 혹은 그대의 꿈은 얼마의 가치를 가지나요 가치는커녕 휴지 조각 하나보다 못할 초라한 나의 하루 이대로도, 이대로도 괜찮다면 이대로 살아도 되려나요 눈깜박임 하나에 지워질 사람이라면 말도, 이야기도 모두 의미 없이 사라져 바다 같은 연못을 헤엄치는 것일 텐데 눈물에 젖고 아픔에 몸서리치다가 슬픔을 받아들이며 고통에 죽는 사람들을 나는 너무 많이 봐왔어요 2022. 6. 21.
나랑 헤어지는 건 참 어려워요 당신과도 다른 무엇과도 텅 빈 마음에 홀로 앉아 돌이켜보는 어제들은 벌써 빛을 잃어가고 영원하리라고 여겼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갈라지고 부서지네요 눈물은 조금만 흘리려고 해요 슬프다고 눈물을 모조리 흘려버리면 나중에라도 행여 당신을 만났을 때 흘려야 할 기쁨의 눈물이 모자랄 것 같아서요 당신의 형상을 따라 발을 맞춰 걷다가 문득 둘러본 주위에는 당신이 없어서 나는 참 쓸쓸하네요 2022. 6. 20.
자연스러운 순리 뿌리에 얽매이고 줄기에 기댄 채로 잎에 안도를 느낀다면 나는 풀인 걸까 꽃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나무인 걸까 시체와 거름을 양분 삼아 그것들을 내 몸으로 삼고 줄기를 굵게 만들고 잎을 풍성하게 피워내면 나는 더러운 걸까 깨끗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평범한 걸까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것에 나는 자연스럽지 않음을 느끼고 순리를 벗어나고 싶음을 느끼는데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것에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세상이 나를 잃는데도 세상은 슬퍼하지 않을 거야 내가 세상을 잃는데도 나는 슬퍼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세상이 나를 잃는 동시에 나도 세상을 잃는다면 세상과 나는, 나와 세상은 아마 슬퍼할 것 같아 2022. 6. 17.
밀크셰이크처럼 그대는 언제나 내게 아픈 손가락이라 다른 누구, 무엇보다 그대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가끔은 서러움이 밀려와도 그대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그대의 투정을 가만히 듣기만 하는 내가 미련해 보여도 나는 지금이 좋아요 조명의 빛이 밝으면 자연스레 눈을 감고 나는 나의 마음을 눈꺼풀 밖에 그리고는 해요 해와 달이 함께 서서 바람 부는 갈대밭의 갈대처럼 춤을 추고 구름과 안개가 만나 밀크셰이크처럼 섞이는 상상 말이에요 바닷가를 따라 걷는다고 바닷가가 될 수는 없겠지요 바닷물에 잠긴대도 바닷물이 될 수 없는 것처럼요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요 삶이 그런 것을, 우리가 어찌 할 수 있지 않잖아요 2022.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