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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시인79

코끼리 무덤 코끼리의 무덤을 찾아 총 한 자루 쥔 채 초원을 걷노라면 느껴지는 자연의 한때 무얼 그리 찾느냐 찾는 것이 가치가 있느냐 너의 욕심을 버리고도 다시 한번 헤맬 만큼 그것을 사랑하느냐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 채로 그저 걸을 뿐 날이 어두워지면 그 자리에 털썩 누워 자고 날이 밝으면 깨어나 걷는 것의 반복은 슬픔이 없는 이들에게는 믿음을 줄 수 없는 것들이기에 언젠가는 총소리가 나겠지 총소리의 주인은 총을 버려둔 채로 어깨에 한가득 코끼리 상아들을 짊어지겠지 그것이 나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의 것일까 아픔을 참아보도록 하자 매번 이대로 아파할 수는 없으니까 2022. 6. 30.
그러기로 했잖아 그대여 슬퍼하지 않기로 했잖아 우리, 불행하지 않기로 했잖아 서로를 떠나고 또, 서로를 떠나면 우리는 기뻐하기로 했잖아 울지 말아 불행하지 말아 기뻐하기로 했잖아 그대의 아픈 하루를 마지막으로 지워줄 테니 다시는 나를 부르지 말아줘 우리 이별하기로 했잖아 * 그대여 사랑하지 않기로 했잖아 우리, 떠올리지 않기로 했잖아 서로를 지우고, 또 서로를 지우면 우리는 행복하기로 했잖아 울지 말아 떠올리지 말아 행복하기로 했잖아 그대의 시든 꽃들을 마지막으로 피워줄 테니 다시는 날 생각하지 말아줘 우리 작별하기로 했잖아 2022. 6. 29.
사랑은 안돼요 구름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날 저 두꺼운 뭉게구름의 위에는 번개를 내리는 신이 살고 있을 거야, 하며 내 상상은 날개를 펄럭였지요 구름이 뭉치고 다시 뭉쳐버리면 먹구름이 되어 비를 퍼부으며 우산이 없는 날 적시리라는 걸 알면서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었지요 내가 좋아하면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리라, 내가 사랑하면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리라고,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사랑을 받지 못해 그런 건가요 아니면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그런 건가요 내가 백을 주면 그 사람도 내게 백을 주리라, 내가 천을 주면 그 사람도 내게 천을 주리라고,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여겼었던 나는 사랑을 모르기에 그런 건가요 아니면 사랑을 너무 잘 알기에 그런 건가요 오밤중에 가끔씩 그려지는 나의 마음속 그대를 그대는 알고.. 2022. 6. 28.
너였다면 내가 너였다면 울지 않았을 텐데 울기보다는 숨기를 택하여 우는 모습조차도 내게 보이지 않았을 텐데 내가 너였다면 묻지 않았을 텐데 묻기보다는 굶기를 택하여 묻는 시간마저도 포함하여 썩어갔을 텐데 바람이 흩어지기 전 향을 켜놓았다면 그 내음이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향했겠지 나 홀로 깊게 숨었던 그곳에까지 닿아 그 내음을 들이쉬면서 너만을 떠올렸겠지 비록 이렇게 우리는 서로를 떠나갔지만 결국 이렇게 우리는 서로를 원망하지만 2022.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