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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는 우리라는 이름이 되어 노란 달빛 떠오를 때 종일 하얗던 구름은 검게 물들어 달과 나의 사이를 막고 그런데도 나와 달, 우리는 서로를 보며 서로의 존재를 알리지 달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아 달이 거기 있음을 내가 알고 내가 여기 있음을 달이 아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나의 눈물을 닦지 말아 눈물이 뭉쳐 저 달을 안아줄 별이 될 테니까 달의 외로움을 위로하지 말아 외로움이 모여 이 나를 안아줄 빛이 될 테니까 2022. 4. 12.
형편없는 어른 눈이 오면 사진을 찍어대며 행복한 하루를 생각하는 대신 눈을 쓸어야 한다는 귀찮음에 차라리 눈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나는 지금 정상적인 삶을 사는 걸까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그토록 멋있고 빛나며 모든 것을 품에 안을 것 같았던 어른으로 되어가는 걸까 이런 게 어른이라면 어린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나는 돈으로 행복을 사기 위함이 아니라 돈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에 돈을 버는 것일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돈 지폐 몇 장 혹은 카드 하나를 내밀면 무엇이든 살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삶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삶 속에서 살기에 우리는 그런 인간이 되어버린다 그런 인간이 되기에 그런 어른이 되어버린다 그런 어른이 된 나는 그렇게 돈을 벌고 살아가며 그런 삶 속에 존재하.. 2022. 4. 11.
똑똑똑 똑 똑 똑 내가 사랑하는 이 아직 거기 있나요 똑 똑 똑 내가 사랑하는 이 아직 거기 있다면 똑 똑 똑 나와 같은 소리로 존재를 들려줘요 똑 똑 똑 손가락을 벽에 부딪히며 존재의 안위를 알려줘요 똑 똑 똑 다시 똑 똑 똑 2022. 4. 10.
우리가 좋아요 연분홍빛 봄날이 다가와 화하게 핀 벚꽃잎이 조용하던 시냇가를 떠들썩하게 만들 때에 그 시냇가 옆에 무릎을 모아 앉은 우리는 기분 좋은 낯설음 한 가운데에서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보네요 딱히 웃을 일이 없어도 미소를 짓게 되고 딱히 웃긴 일이 없어도 웃음소리를 내게 되고 미소들이 모여 저 시냇물에 물보라가 일어나요 웃음들이 뭉쳐 저 시냇물에 물바람을 일으킨다고요 2022.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