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241

정원 지나간 하루가 얼마인지 손가락 꼽아가며 세어보다가 저의 두 손으로는 부족해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대와의 시간은 사건, 우연한 사건이라 여기고 그대를 만나기 전의 삶도 나름 잘 살아왔었으니 그대가 떠나간 그날부터도 마찬가지이리라 여겼었는데 아픈 상처는 흉터로 남는 법이라, 그렇기에 잊을 수 없는 법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저는 멍청한 것입니까, 아니면 영악한 것입니까 미처 외우지 못한 밤들이 걷잡을 수 없이 잊혀지고 미처 기록하지 못한 하루들이 손댈 수도 없이 지워집니다 설령 그대를 잊는 날이 와도 그대를 향한 저의 쓰라린 아픔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모자라고 어설픈 저의 삶에 영원히 기억될 것 같습니다 2022. 6. 4.
혹시라도 힘겨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며 바쁜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고 정신없는 세상을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문득 찾아온 갑작스러운 쉼표에 그대는 그때를 떠올리나 그대에게 그때가 어느 정도의 가치로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잠깐의 쉼에도 남지 않을 만큼 가치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개의 칫솔과 두 벌의 잠옷 하나의 이불과 하나의 사랑 나는 미리 문밖에서 그날의 걱정을 털어내며 그대가 있는 집으로 들어섰고 그대는 포근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여주었다 그 꿈같은 시간들이 꿈이 잠에서 깨어나면 흐릿하게 희미해지듯이 둔탁하게 지워진 것을 알지만 나는 그 흔적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다리를 절며 힘겹게 그대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나는 말없이 그대를 품에 안으리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리 2022. 5. 31.
장미와 장미가 물었다 나는 생채기 난 손목으로 작은 장미들을 방울방울 흘리며 장미에게 답했다 세상 모든 것이 붉게 물들어버리기 전에 끝내야 할 장미와의 문답, 혹은 다툼. 2022. 5. 24.
눈물은 조금만 흘리기로 했어요 카페에 홀로 앉아 창밖의 햇빛에 홀로라는 사실이 문득 외롭게 느껴져 시선을 애써 커피잔에 두고 새까만 커피를 한입 다시 한입 마셔보네요 검은 만큼 쌉싸래한 커피 오늘도 보내야 할 외로운 밤의 맛과 같다고 나는 생각해요 언제인가부터 내 곁에 맴도는 불완전함은 내게 말을 건네는 듯해요 너도 완전하지 않구나 너도 완성되지 않았구나 너도 사랑이 없구나 너도 외롭구나 너도, 너도 나와 같구나 2022.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