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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by 장순혁 2022.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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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며
바쁜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고
정신없는 세상을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문득 찾아온 갑작스러운 쉼표에
그대는 그때를 떠올리나

그대에게 그때가
어느 정도의 가치로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잠깐의 쉼에도 남지 않을 만큼
가치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개의 칫솔과
두 벌의 잠옷

하나의 이불과
하나의 사랑

나는 미리 문밖에서
그날의 걱정을 털어내며
그대가 있는 집으로 들어섰고
그대는 포근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여주었다

그 꿈같은 시간들이
꿈이 잠에서 깨어나면
흐릿하게 희미해지듯이
둔탁하게 지워진 것을 알지만
나는 그 흔적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다리를 절며 힘겹게 그대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나는 말없이 그대를 품에 안으리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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