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241

마당 구석 텃밭에 피어난 백합꽃과 감자꽃 우리 함께 살기로 한 집 그 앞마당 한쪽의 텃밭에 이기적인 백합꽃과 가슴 넓은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백합꽃의 향기는 그대가 좋아하던 것 그 백합꽃이 무성히 필수록 그대가 미소 짓는 날이 늘어나고 그대는 행복했어요, 아마도 감자꽃의 꽃말은 내가 사랑했었던 것 그 감자꽃 덩굴이 얽힐수록 내가 미소를 잃는 날이 늘어나고 나는 진심이었어요, 당연히 햇빛을 먹고 빗물을 마시며 백합꽃은 저물고 달빛을 품고 이슬을 안으며 감자꽃은 시들고 우리 같이 살려고 했던 그 집 마당 한쪽의 텃밭에 자조적인 백합꽃과 눈물 어린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2022. 7. 4.
그대를 닮은 꽃 갈색 미닫이문을 조심스레 밀고 들어서면 문의 색과 같은 커피의 향기가 진동합니다 그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군요 괜시리 기뻐져서 그대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어봅니다 잠시 놀라다가 나를 보고는 미소 짓는 그대의 얼굴 그런 그대에게 나는 신문지에 싸인 꽃 한 송이를 건넵니다 이름도 모르지만 왠지 그대를 닮아 보여서 화원에서 산 꽃을요 그대는 빨개진 얼굴로 그 꽃을 받아 향기를 맡습니다 나의 생각이 맞았군요 그대와 그 꽃은 참 많이 닮아 보이니까요 2022. 7. 3.
밤하늘 속 우리 별이 흐르는 강에 나룻배 한 척 띄워놓고 별과 별 사이를 노로 가로지르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우리의 웃음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 산 아랫마을 사는 아이의 꿈이 될 것이고 우리의 이야기는 유성이 되어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누군가의 소원이 될 것입니다 시작도 우리, 끝도 우리라면 그 과정 또한 우리임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감히 짐작할 수 없음을 우리는, 우리만을 알고 있겠지요 시냇가를 사이에 둔 채 돌다리를 건너는 계절과 계절 사이 우리는 어느 계절에도 속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밤하늘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2022. 7. 1.
코끼리 무덤 코끼리의 무덤을 찾아 총 한 자루 쥔 채 초원을 걷노라면 느껴지는 자연의 한때 무얼 그리 찾느냐 찾는 것이 가치가 있느냐 너의 욕심을 버리고도 다시 한번 헤맬 만큼 그것을 사랑하느냐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 채로 그저 걸을 뿐 날이 어두워지면 그 자리에 털썩 누워 자고 날이 밝으면 깨어나 걷는 것의 반복은 슬픔이 없는 이들에게는 믿음을 줄 수 없는 것들이기에 언젠가는 총소리가 나겠지 총소리의 주인은 총을 버려둔 채로 어깨에 한가득 코끼리 상아들을 짊어지겠지 그것이 나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의 것일까 아픔을 참아보도록 하자 매번 이대로 아파할 수는 없으니까 2022.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