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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너가 울면 나도 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니 너가 화를 내면 나도 화낼 수 있다는 짐작을 해본 적도 없니 너가 슬픈 만큼 나도 슬픈데 너는 그걸 모르는 것 같아 너가 힘든 만큼 나도 힘든데 너는 그걸 미워한 것 같아 술을 물처럼 들이키다 몸속의 눈물을 모조리 비우고 눈물 대신 술을 흘릴 때 눈이 따가워서 나는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어 모두가 그렇다고 여기다 마음 안의 감정들을 쏟아내고 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몸이 무거워서 나 역시도 한참을 기다렸다고 다가온 이별은 실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 그것을 모르는 체하며 어쩌지, 발만 구르다가 폭죽처럼 분리되는 너와 나 다신 가까워질 수 없는 불꽃과 폭약 2022. 7. 24.
봄날이 가면 봄날이 가면 핀 꽃은 없었던 일이 되는가 봄날이 가면 우리도 없었던 일이 되는가 봄날에 맞춰 아름답게 피어난 꽃과 산들바람, 해의 빛도 봄날이 가면 사라져버리는가 봄날에 따라 저질러버린 내 고백과 붉은 그대 끄덕임도 봄날이 가면 지워져버리는가 봄날에 영원히 머물러있기를 바라는 것은 바보 같은 소망인가 봄날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바보 같은 소원인가 그대도 바보 같은가 나 역시 바보 같은가 봄은 다시 올 텐데 봄은 다시, 오고야 말 텐데 2022. 7. 22.
재생목록 내가 왜 그대를 사랑할까 그대는 내게 웃음도 미소도, 나의 이름조차도 불러주지 않는데 나는 왜 그대를 사랑하는 걸까 그대는 내게 싫은 말과 부정, 잔뜩 인상 찌푸린 표정만 보여주는데 바깥에서 부는 바람은 그대와 나의 사이를 내가 아는 것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그 바람이 안에 들어오면 그대의 눈을 감기는데 나의 눈은 바람조차 참아내며 눈 감은 그대의 얼굴을 보지 차근차근히 그대의 눈은 저 바다보다 깊게 빛나고 그대의 입은 저 장미보다 붉게 물들고 그대의 존재는 나의 모든 것에 빛과 색을 주니까 그래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저 그대라서, 그냥 그대라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대라서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걸까 2022. 7. 20.
걸레 죄는 죄를 낳고 선행은 선행을 낳는다면 그 누구도 선행을 행하지 않겠지 죄란 달콤하고, 어여쁘며 동시에 숨이 막히는 것이거든 사람들이란 결국 자기의 목을 억죄어 산소가 모자랄 때가 되어서야 목을 죄는 밧줄을 자르니까 우정과 사랑 따위의 것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목매지 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필요가 없어지면 돈으로 팔 수도 없잖아 복합적인 감정을 살피다 날카로운 칼로 긍정적인 부분만 베어버린대도, 긍정적인 부분들만 모아 새로운 감정을 만든대도 완벽한 것은 아닐 거야 누더기를 꿰매 만든 헝겊처럼 기괴하고 더러워 걸레로 쓰이다가 머지않아 버림받을 거야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2022.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