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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이 홀로 평온한 마음은 산을 닮은 것이 아닌 산을 따라 한 것이오 아마 그대도 알고 있을 텐데 올곧은 자세는 하늘을 본받지 않고 그저 흉내 낸 것이오 이미 그대도 알고 있을 텐데 어찌하여 내게 산을 닮은 마음을 가지라 하십니까 본인이 구름도, 해도, 달도, 되어주지 않을 것이면서 어찌하여 내게 하늘 같은 자세를 행하라 하십니까 본인이 구름도, 비도, 눈도 되어주지 않을 것이면서 우리 마주 본대도 같은 것을 볼 수는 없겠지요 우리 마주 앉아도 같은 곳에 있을 순 없겠지요 2022. 11. 25.
바랐고 바라요, 바라며 바랐어요 아름다웠던 그대여 그대에게 나는 무엇이었나요 잠시간의 만남, 잠깐의 유희, 짧은 놀이였나요 그대에겐 가벼운 감정이었으며 하찮았는가요 그대라는 존재에 비해 나는 가치 없었던 사람 그런데도 나는 감히 그대에게 내가 기억되기를 바라요 혹시 된다면, 감히 사랑으로 * 아름다울 그대에게 그대에게 나는 아직 있는가요 잠시간의 만남, 잠깐의 유희, 짧은 놀이였어도 그 흔적으로나마 그대에게 아직 남아있는가요 그대라는 존재에 비해 나는 가치가 없을 사람 아는데도 나는 감히 그대에게 내가 기억됐기를 바라요 조금이라도, 감히 사랑으로 2022. 11. 21.
출혈 해묵은 기억과 먼지 쌓인 시간들에 작별의 편지를 쓰자 하얀 편지지에 새 잉크병 속 잉크로 연결의 끊김을 일방적으로 고하자 이 편지가 완성된다면 나는 어제의 배반자이자 내일의 부하가 된다 하지만 그러한들 어쩌리 나의 삶이란 것은 이미 너절하지 않은가 내가 건초더미를 모으면 언제나 불이 났고 내가 맑은 물을 바라면 언제나 구정물이 몰아쳤다 이제는 괜찮으리 이제는 괜찮으리라 몰래 모은 건초더미를 그대의 제단에 올려놓았으니 몰래 모은 맑은 물은 그대의 성수에 섞어놓았으니 금빛 모래 알갱이가 모래 빛 금싸라기가 되어 해변을 뒤덮고 있다 2022. 11. 18.
웅덩이의 주인 눈물이 일그러지면 점점이 새어 나오는 그리움의 흔적 그 점들이 모여 웅덩이를 이루고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은 아이 그 웅덩이에 첨벙, 하고 뛰어드네 아이야 그 웅덩이는 나의 슬픔이란다 너가 함부로 짓밟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부드럽게 말을 건네면 아이는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고 우비 속 뼈만 남은 해골이 대답한다 너의 슬픔을 비롯한 마음 모두가 남들에게 그 어떠한 가치도 가지지 못하는데 너는 왜 이 웅덩이를 너의 것이라고 하는가 당황하며 한숨을 내뱉으면 그 숨결에 가루가 되어 스러지는 아이? 해골? 아무튼 그 무엇 조심스레 웅덩이에 다가가 그 색을 바라보니 새까맣고 끈적하게 썩어버렸네 202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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