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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by 장순혁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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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기억과
먼지 쌓인 시간들에
작별의 편지를 쓰자

하얀 편지지에
새 잉크병 속 잉크로
연결의 끊김을
일방적으로 고하자

이 편지가
완성된다면
나는 어제의 배반자이자
내일의 부하가 된다

하지만 그러한들 어쩌리
나의 삶이란 것은
이미 너절하지 않은가

내가 건초더미를 모으면
언제나 불이 났고

내가 맑은 물을 바라면
언제나 구정물이 몰아쳤다

이제는 괜찮으리
이제는 괜찮으리라

몰래 모은 건초더미를
그대의 제단에 올려놓았으니

몰래 모은 맑은 물은
그대의 성수에 섞어놓았으니

금빛 모래 알갱이가
모래 빛 금싸라기가 되어
해변을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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