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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스러운 쉼

by 장순혁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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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가오는 이별과
결국 서로 간의 작별을 기다리는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서로를 너무 미워하는 걸까

결코 예측할 수 없는 이별과
결코 확언할 수 없는 작별이라도 바라는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는 걸까
아니면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걸까

같은 벽에 기댄 채로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번갈아 가며 피우는
마지막 하나인 담배의 연기가
우리의 주위를 감싸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같은 곳에 자라나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번갈아 가며 쥐여준
마지막 하나인 손난로의 온기가
우리의 굳은 눈물을 녹게 하다가
온통 눈물바다로 주변을 적시게 한다

탓할 무언가를 찾으려
머리를 헤집었건만
탓할 것이라고는 나뿐이었네

원망할 누군가를 찾으려
머리를 뒤집어엎었건만
원망할 것이라고는 또 나뿐이었네

달라지고 변하고 저물면
우리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까

갈라지고 넘어지고 기울면
우리는 우리가 아니게 되는 걸까

우리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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