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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가 모여 나무가 되었거늘

by 장순혁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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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되어
우리가 아닌 이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우리의 존재를 알렸다

우리가 아닌 이들의
걱정어린 목소리를
질투라 여기며
우리는 우리를 더욱 굳게 조였다

홀로 있을 때에는 갈대여도
뭉치면 속이 꽉 찬 나무가 되리라

갈대인 우리가 모여
나무가 되리라

우리가 이 악물고 내뱉었던
우리들의 중심이 된 표어

거센 바람 불던 날

꺾이고 부서지고 나서야
나무의 허망함에 대해 알게 된 우리

밑동만 남은 채
휑하니 보이는 나이테를 가리지도 못하고
바람에 베여 아파하던 우리

차라리 갈대로 남을 것을, 하며
서로를 혐오하게 되어버린
한때 하나의 나무였던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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