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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되지 않은 정원

by 장순혁 202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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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울고 싶지만
입이 없어 울지 못한다

상처가 아파 감싸 쥐고 싶지만
손이 없어 감싸 쥐지 못한다

송골송골 땀방울 대신
핏방울이 맺힌 얼굴은
굳다가 녹다가를 반복했는지
굳은 피가 얕은 바람에도 툭툭 떨어진다

그렇기에 누구 혹은 무언가에게는
커다란 검은 봉투가 필요하다
모든 상처들과 아픔들을 넣어놓고
모든 눈물들과 핏방울을 쌓아놓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도
나는 나일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알량한 자존심을 비웃고 싶지만
입이 없어 웃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도
너답게 행동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이들의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불신을 닦아주고 싶지만
손이 없어 감싸 쥐지 못한다

투명한 눈물과
빨간 피는
어떤 관계일까

빨간 눈물과
투명한 피라면
어떤 관계로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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