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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작가79

전등조차도 하얀 전등의 빛은 태양의 빛보다 내게는 커다래서 나는 전등도 이리 벅찬데 태양을 어찌 감당할까 하며 굳게 닫힌 덧창의 잠금장치를 확인하며 그 무엇도 들어올 수 없음을 되새기며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 나의 세상은 새까만 어둠이었던 거야 빛나고 따스한 삶은 나와는 관련 하나 없는 아픈 희망이었던 거야 사랑이 온 세상을 집어삼켜 버리고 계절 속에 파묻는데 나는 어찌해야 했을까 끝도 없이 추락하는 그대와 나를 보며 나는 웃었어 영원이라 느낄 만큼 구차하게 멀어지는 그대와 나를 보며 그대도 웃었어 2022. 3. 31.
예술 뭔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글들을 써서 제 몸에 덕지덕지 발라대면 언젠가 성처럼 커져서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나 여기 있어요 나도 여기 살아있다고요 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 예술은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는가 봐요 2022. 3. 30.
담배처럼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제게 말해주세요 적어드릴게요 흰 종이에 담배 향 피어나는 시작을 쓸 터이니 당신은 비밀 한 점 없이 제게 말해주세요 검은 심장이라도 하얀 연기를 연관 지을 테니 두서없을 말일지라도 당신은 지껄여주세요 앞뒤 맞지 않는 횡설수설 일지라도 당신의 모든 고민을 적고나면 종이를 둘둘 말고 끄트머리에 불붙인 다음 당신에게 드릴게요 당신은 연기를 마시기만 하시면 돼요 흰 종이가 검은 재로 모조리 변하면은 당신의 고민들은 이제 없는 것이 되는 것이에요 2022. 3. 29.
봄날 봄에 피는 꽃과 함께 피어난 그대 그대의 향을 맡고 그대의 잎을 매만진다 참으로 아름답기에 남몰래 줄기를 꺾고 플라스틱으로 덮고는 책갈피로 쓰고 싶다만 그랬다가는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그대를 볼 수 없으니 나는 내 욕망을 억누르고 그저 꽃을, 그대를 쓰다듬는다 그러다 문득 드는 걱정은 봄 지나 꽃이 질 때 그대도 함께 지는 걸까 봄의 꽃과 함께 찾아온 그대이기에 봄의 꽃이 시들고 시들다가 사라지면 봄의 꽃처럼 그대도 시들다가 사라지는 건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그대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계절들을 지나 보내며 그대가 피어났던 자리를 지키다가 다시 봄이 올 때 봄의 꽃과 함께 찾아올 그대가 이 자리, 이곳에서 다시 피어나 나와 마주하기를 바란다 2022.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