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241

계절처럼 삶은 계절인가 봐 따듯하다가 덥다가 시원하다가 춥다가 다시, 따듯해지니까 규칙적으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면은 나는 꽃이나 더위나 낙엽이나 추위나 다시, 꽃이든 무엇이 내게 오든 간에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을 테니, 사랑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나는 삶이 계절이었으면 하나 봐 그렇게 삶과 사랑을 정의하고 굳센 확신을 주어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을 마련하려 하나 봐 2022. 8. 20.
선인장 짙푸른 녹잎은 태양보다 달, 별보다 더 진하고 새싹의 채도도 새벽보다 저녁보다 더 짙은데 새까만 흙 위에 새하얗게 잎이 솟은 탁자 위 선인장은 그대의 한숨이 연하게 담겼다 재들을 털고서 꽂아 넣은 담배들은 선인장이 되어서 그대의 눈물을 감추어주었다 흰 연기는 한숨의 증거 흰 담배는 눈물의 결과 저 멀리서 하얗게 동이 튼다 2022. 8. 18.
꿈과 그 조각들 아름답게 부서져 내리는 그대의 꿈들, 그 조각들 땅에 수북이 깔린 그대의 꿈들을 손수 한데 모아 돌려주고 싶었지만 그대의 꿈 조각들에, 그 날카로움에 여린 손을 베이고, 또 베이고 손이 피로 범벅이 되고 나서야 나는 포기했지요 이제 그대가 손수 꿈 조각들을 줍는데도 거기엔 나의 붉은 피가 묻어 다시 그대가 꿈을 꾼대도 나의 피처럼 붉은 꿈만 꿀 수 있을 거예요 나의 아픔들과 깊은 상처들만 사랑하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불러주지 않아도 나는 나이기에, 그대는 그대이기에 나는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어제와 다르지 않아 보이는, 하지만 틀림없이 다른 오늘만을 바라볼 거예요 2022. 8. 16.
개화 (開化) : 꽃이 피다 개화의 날이 오면 나는 새하얗고도 바알갛게 피어나리다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나의 마음 역시 새하얗고 또 바알갛게, 아름답게 피어나리다 푸르고도 붉다란 자국은 자유를 말하고 희망을 되새기다가 애타게 새겨져 버린 나의 슬픈 자국 검은 열 여덟 개의 자욱은 만세를 외치고 독립을 소망하다가 애타게 타올라 버린 나의 아픈 자욱 개화의 날이 오면 나는 새하얗고도 짙푸르게 피어나리다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나의 나라 역시 새하얗고 또 짙푸르게, 어여쁘게 피어나리다 2022.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