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241

버드나무 우거진 숲 구름이 미워 하얗다가 까매지며 때론 사라지니까 우산을 거꾸로 뒤집고 내리는 빗물을 받는다면 그 모습을 바다라 부를 수 있으려나 손을 휘저어 만드는 파도와 언제라도 기화되어 날아갈 사소한 감정의 뿌리 내림 아무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사라지고만 싶어 어느 곳이든 어느 시간이든 멀어질 수만 있다면 나는 단호하게 걸어갈 텐데 너에게 입을 맞추고 춤을, 춤을 추면 너는 나를 봐줄까 나를 사랑해줄까 달빛이 흔들리는 게 달 때문인지 너 때문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 너가 없는 지금에도 나는 짐작도 못 하겠어 2022. 10. 27.
젊은 우리 젊다는 것은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것 아직 젊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그래도 젊다는 것은 일출과 일몰의 반복을 애써 모른척한다는 것 젊음이란 모닥불에서 피어나 가스 불로 끝나는 것 머리가 허옇게 센 누구들에게는 젊음과 어림의 차이가 보이지 않겠지만 젊은 우리 더는 어리지 않은 우리 실수도, 잘못에도 오롯이 책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늙고 또 낡아지다 보면 오늘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만 그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늘들을 그저 후회하며 보내는 우리 2022. 10. 25.
걸음 한걸음 너는 멀어지고 꿈은 가까워지고 나는 걸어간다 두 걸음 너는 옅어지고 꿈은 선명해지고 나는 달려간다 세 걸음 너는 사라지고 꿈은 빛을 내뿜고 나는 날아간다 네 걸음 너는 잊혀지고 꿈은 구슬피 울고 나는 추락한다 다섯 걸음 너는 누구이고, 꿈은 무엇이기에, 나는 멀어지나 여섯 걸음 너는 나였었고 꿈은 헛되었었고 나는 너였었네 2022. 10. 20.
눈사람 서리를 모아 눈사람을 만들려다 해가 뜨고 말아서 모두 녹아버렸어 두 손이 아직 차가운데도 손 틈새로 서리가 녹아 흘러 곧이어 사라질 냉기만을 주먹에 꼭 쥐어보네 눈은 하얗고 소금도 하얗지 소중한 것들이란 그 본래의 색이 원래 하얗기에 거울에 비친 내가 까맣게 보이는 것이 그 증거가 되겠지 알 수 없는 말로 눈물을 흥얼거리면 폐 속에 가득히 차오를 서리의 잔재 겨울이 오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해 따사로운 남쪽으로 그러지 못하면 얼어버리다가 오히려 내가 눈사람이 되어버릴 거야 2022.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