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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밤,
작은 조명이 비치는
갈색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원고지에 글자를 적고 있노라면
나의 가슴 속에
떠오르는 것들이란
윤동주와 나태주 그리고 그대
릴케와 다자이 오사무, 또 그대
만년필 속 검은 잉크에는
갖가지 시들이 들어있고
나는 그저 그 시들을
말없이 받아적는 것
꽃잎이 비처럼 내린다던가,
흰 눈이 그대를 닮았다던가
그따위의 글들을 적으며
그저 괴로워하는 것
나의 그대는 떠난 지 오래인데
원고지 속 그대는 누구시길래
나의 사랑을 받으십니까
나의 그대는 이제 없는데
원고지 속 그대는 대체 누구시길래
나의 작별을 받으십니까
사랑과 슬픔, 헤어짐,
그 모든 감정들의 대상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데
나는 어찌 나의 감정을
솔직하다고 거짓말하며
적어 내린다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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