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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by 장순혁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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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새겨지는
투명한 빗방울들은
뿌리를 찾을 수 없는 줄기가 되어

뿌리가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자라났을까,
이 정도로 자라났으면 꽃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잠잠했던 나의 마음에
꽃의 꿀 향을 은은하게 퍼뜨립니다

무릎을 감싸안고
주저앉은 채로
수없이 되뇌이던 사랑이
너무나 아파서

그대를 품에 안고
가로등 아래에서
계속 중얼거리던 사랑을
이제는 할 수 없어서

나는 정리하려 합니다

그 모든 것들과
그대의 모든 것들을 말이에요

나는 버리려고 합니다

그 모든 것들과
그대의 모든 것들도 말이에요

답답한 가슴은
누군가 다가와
비워줄 수 있겠지요

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그저 기다리기만 하며
멈춰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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