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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도망가자
저 멀리, 멀리로 도망가자
꿈까지 비집고 들어오려는
날카롭고 아픈 현실을 두고
괜히 아릿하게 마음을 찔러오는
뾰족하고 슬픈 사람을 두고
나와 도망가자
저 멀리, 멀리로 도망가자'
그대는 그리 말씀하셨지요
도망가자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도망가버리자고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던
그대로서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동생으로 태어난 저는
그대의 말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대가 나를 두고
홀로 도망가는 모습을 보며,
그 뒷모습을 보며
저는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누더기 같은 감정을 가졌습니다
언젠가 주름투성이가 된 나에게
오늘같이 매끈한 그대가 다가와
이마를 쓰다듬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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