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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펜촉에
검은 잉크를 묻히고
오래된 나무 책상 위
빨간 줄 그어진 원고지를 보고 있노라면
이리저리 부산떨며
원고지를 찾게끔 만들던
여리여리한 이야기가
막상 의자에 앉아
그 이야기를 적으려 하니
어여쁘지 않게 느껴집니다
텅 빈 원고지 앞에
검은 잉크가 말라가는
펜촉이 달린 펜을 잡은
나는 이제 무엇을 적어야 할까요
그대를 위한 편지를 적어볼까
아니면 일기를 적어볼까
고민하고 다시 고민하다가
나는
결국 시를 씁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며
내가 해야 하는 유일한 것인
시를 씁니다
아무리 좋은 소재가 떠올라도
원고지 위에 펜을 세우면
그 예쁨이 희석됩니다
그래서 결국
시를 쓸 때 느껴지는 이 감정이
즐거움인지 지겨움인지도 모를 만큼
시를 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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