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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104

투박하게 근심 하나 없이 내가 사랑한 그대에게 나는 남은 말이 없어요 지침 한 번 없이 내가 좋아한 그대에게 나는 못 한 말이 없어요 나는 그대에게 미소와 웃음과 기쁨을 드렸고 그 대가가 짧은 미소 한 번이어도 나는 행복했어요 나는 그대에게 마음과 감정과 사랑을 전했고 그 대답이 짧은 포옹 한 번이어도 나는 진정 행복했다는 말이에요 비록 내가 그대를 사랑한 만큼 그대가 나를 사랑해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사랑이라는 것은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니까요 결국 내가 그대를 사랑한 만큼 그대가 나를 사랑해주지도 않았지만 나는 역시 후회하지 않아요 내 사랑이라는 것은 그대 하나만을 향해 나아갔으니까요 2022. 3. 15.
내가 아니라 내가 아닌 이와 내가 아닌 사랑을 내가 모르게 나눌 것이라면 내가 모를 때에 내가 모를 곳으로 내가 모르게 떠나가세요 슬픔을 응축시킨 것이 눈물이 아니라서 눈물을 흘리나요 외로움을 뭉쳐버린 것이 투정이 아니라서 투정을 내뱉나요 어느 곳에도 어느 때에도 그대가 있기에 나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어디라도 어떤 시간에도 그대가 있어서 나는 그대를 떠올립니다 후줄근한 결심은 너무 많은 것을 보내고 어리숙한 감정은 너무 많은 밤을 지새웁니다 2022. 3. 12.
낙원의 호수 가본 적도 없는 낙원에 가기 위해 낙원이었던 곳을 버리고 떠나간다 알지도 못하는 사랑을 찾기 위해 사랑했던 것을 버리고 도망간다 먼 훗날 오늘을 떠올릴 때 변명을 할 수 없지는 않다만 다만, 다만. 나중에 지금을 되새길 때 이유를 댈 수 없지는 않다만 다만, 다만. 돌과 부서진 나뭇가지를 모은다 바위와 커다란 나무토막을 모은다 그 무엇의 가치는 언제나 상대적이기에 기침과 가래가 섞여 호수 속으로 스며든다 호수의 물이 폐에 들어찬다 머지않아 머리까지 호수에 잠긴다 더는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걸을 수 있는 축복이 내게 따르기를 기도하며 2022. 3. 3.
그럼 돼요 우리의 시간은 아름다웠으니 우리의 마지막도 아름답게 끝맺어졌으면 했는데 우리의 사랑도 아름다웠으니 우리의 작별도 아름답게 남겨졌으면 했는데 애틋한 그림들과 애꿎은 실망은 그대와 나의 거리를 넓히고 또 넓혀서 나는 애타게 웁니다 애달픈 사진들과 애꿎은 추억은 그대와 나의 사이를 벌리고 또 벌려서 나는 슬프게 웁니다 투박한 음악이 흐를 때, 낯선 공간이 미울 때가 되면 나를 떠올려주십시오 그대를 사랑했기에 그대를 황량하게 추억하는 나를, 그런 나를 부디 떠올려주십시오 2022.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