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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205

봄에서 나는 봄에 있어요 그대는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봄에 있어요 그대는 어디에 있나요 내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겨울에 있나요 어제보다 힘든 오늘이기에 오늘보다 힘들 내일일 것을 알아요 어제보다 슬픈 오늘이기에 오늘보다 슬플 내일일 것을 알아요 나는 벚꽃 한 송이를 친구삼아 수다를 떨어봐도 외로움이 사라지질 않네요 그래도 그대는 눈꽃 한 송이를 친구삼아 수다를 떨어봐요 외로움이 사라졌으면 하네요 조금 잦아진 기침이 그대를 위한 그리움을 뜻하지만 그대는 몰랐으면 싶네요 겨울에 사는 기침이 그대의 입에 붙어 시끄럽게 굴어도 그대가 나를 그리워하지는 않았으면 하네요 2023. 3. 17.
문틈을 엿보던 어린 강아지 담벼락 위를 걷는 고양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불안한 만큼 자유로우니까요 깨진 유리 조각 위를 걷는 고양이 빨간 목줄에 묶인 삶을 부러워합니다 답답한 만큼 안전하니까요 2023. 3. 15.
그대 내 밝은 결말이어라 그대 내 밝은 결말이어라 한치의 부끄럼 없는 삶이어라 2023. 3. 13.
이방인 끝이 없는 새벽을 지나고 있습니다 모자를 눌러쓰고 옷깃을 여미며 안갯속을 거닐고 있습니다 어스름히 피어나는 불꽃은 열기를 잃고 그 빛이 다하기 전 한 송이 꺾어내었습니다 잠시 앉아 쉬다 가기에는 이곳은 슬픔이 만개한 곳 두 다리를 바삐 놀리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입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스치듯 지나 보내고 그렇게 보내다 보니 보내서는 안 될 사람까지 지나가게 두었습니다 달빛마저 숨어버린 이곳을 지나고 있습니다 홀로 그저 혼자 끝이 없는 새벽을 지나고 있습니다 2023.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