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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화분에 물을 주는 할머니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조화에는 물을 줄 필요가 없다 말했지만
할머니는 늘 물을 주었다
생명이 없는 것도
화분에 갇힌 것도 억울한데
물까지 안 주면 화가 나지 않겠니
할머니의 먹먹한 대답에는
홀로 남겨진 외로움이 묻어있었다
남편은 하늘로 날아가고
아들은 땅에 묻히고
딸은 멀리로 시집가고
가끔 찾아오는 손주의 낡은 선물만이
당신에겐 유일하게 남은 기쁨이었을까
할머니
생화를 가져다드릴까요
손주야
괜한 돈 쓰지 말아라
대신 이렇게 가끔이라도 찾아와다오
그날따라 화분 속 조화는
할머니의 눈시울처럼
유난히 어린 물기로 반짝였고
아파트에 갇힌 할머니는
유난히 생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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