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 애

by 장순혁 2022. 9. 20.
반응형

그 애가 웃을 때
나도 웃어보려고

그 애만 바라보다가
그 애가 나를 보면
나는 얼굴을 붉히고는
애써 딴 곳으로 눈을 돌렸네

한참을 딴청 부리다가
남몰래 다시 그 애를 보면
그 애가 나를 보며 웃고 있어서
나도 그 애를 따라
어색하게 미소 지었네

그 애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면
나는 부끄러워 짧게 대답했지

그 애가 내게 다가와
연필을 빌리면
나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며
자못 대담하게 말했지

그러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이 없는 내가
망연하게 내리는 비를 보며
뛰어갈 채비를 할 때
그 애가 자기 우산을
함께 쓰고 가자며
나를 불러서

나는 처음으로
그 애 앞에서
나처럼, 바보처럼
웃어버리고 말았네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 맞이한 겨울  (0) 2022.09.22
물감으로 그린 그림  (2) 2022.09.21
돌아올 테니까, 부디  (0) 2022.09.19
술자리  (0) 2022.09.17
내가 더  (0) 2022.09.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