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 애가 웃을 때
나도 웃어보려고
그 애만 바라보다가
그 애가 나를 보면
나는 얼굴을 붉히고는
애써 딴 곳으로 눈을 돌렸네
한참을 딴청 부리다가
남몰래 다시 그 애를 보면
그 애가 나를 보며 웃고 있어서
나도 그 애를 따라
어색하게 미소 지었네
그 애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면
나는 부끄러워 짧게 대답했지
그 애가 내게 다가와
연필을 빌리면
나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며
자못 대담하게 말했지
그러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이 없는 내가
망연하게 내리는 비를 보며
뛰어갈 채비를 할 때
그 애가 자기 우산을
함께 쓰고 가자며
나를 불러서
나는 처음으로
그 애 앞에서
나처럼, 바보처럼
웃어버리고 말았네
반응형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 맞이한 겨울 (0) | 2022.09.22 |
---|---|
물감으로 그린 그림 (2) | 2022.09.21 |
돌아올 테니까, 부디 (0) | 2022.09.19 |
술자리 (0) | 2022.09.17 |
내가 더 (0) | 2022.09.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