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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으로 그린 그림

by 장순혁 202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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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캔버스에
물감을 덕지덕지 발라
하얀 곳이 없도록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를 정도로 엉망이지만
왜인지 안정을 주는
빈틈없는 캔버스

물감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른 물감을 바릅니다

물감들은 섞여
본래의 색을 잃고
전혀 다른 색으로,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변합니다

붓은 던져버린 지 오래,
두 손을 엉망으로 만들며
치덕치덕 물감을 문댑니다

끈적하게 물감이 잔뜩 묻은 캔버스와
그 앞에 선 어지럽혀진 나와
적막함이 대부분인 방

창 하나도, 시계 하나도 없어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를
나의, 나의 방

이 그림은 끝이 나지 않아
나는 팔로 눈물을 닦다가
얼굴에 묻은 물감을 느끼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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