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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오면 조금은 달라질까요

by 장순혁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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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
후 하고 불어보다가
거뭇하게 탄 부분을 바라보다가
냄새도 맡아보다가
원래 있던 곳에 놓고
저벅거리며 떠나갑니다

집으로 가야 하는데
집에 가기 싫어
해가 저물어갈 때까지
주변 골목을 배회합니다

노래도 불러보고
괜히 앉아도 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남몰래 춤도 춰봅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나서야
들어선 저의 집

빛과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이 저의 집

식어버린 밥과
말라비틀어진 반찬들로
식사를 준비합니다

대충 식사를 끝내고
뒷정리를 마친 뒤에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억지로 눈을 감습니다

오늘과 같을 내일임을 알지만
너무나 공허한 오늘이기에
내일에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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