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작가192 나랑 헤어지는 건 참 어려워요 당신과도 다른 무엇과도 텅 빈 마음에 홀로 앉아 돌이켜보는 어제들은 벌써 빛을 잃어가고 영원하리라고 여겼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갈라지고 부서지네요 눈물은 조금만 흘리려고 해요 슬프다고 눈물을 모조리 흘려버리면 나중에라도 행여 당신을 만났을 때 흘려야 할 기쁨의 눈물이 모자랄 것 같아서요 당신의 형상을 따라 발을 맞춰 걷다가 문득 둘러본 주위에는 당신이 없어서 나는 참 쓸쓸하네요 2022. 6. 20. 자연스러운 순리 뿌리에 얽매이고 줄기에 기댄 채로 잎에 안도를 느낀다면 나는 풀인 걸까 꽃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나무인 걸까 시체와 거름을 양분 삼아 그것들을 내 몸으로 삼고 줄기를 굵게 만들고 잎을 풍성하게 피워내면 나는 더러운 걸까 깨끗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평범한 걸까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것에 나는 자연스럽지 않음을 느끼고 순리를 벗어나고 싶음을 느끼는데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것에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세상이 나를 잃는데도 세상은 슬퍼하지 않을 거야 내가 세상을 잃는데도 나는 슬퍼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세상이 나를 잃는 동시에 나도 세상을 잃는다면 세상과 나는, 나와 세상은 아마 슬퍼할 것 같아 2022. 6. 17. 밀크셰이크처럼 그대는 언제나 내게 아픈 손가락이라 다른 누구, 무엇보다 그대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가끔은 서러움이 밀려와도 그대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그대의 투정을 가만히 듣기만 하는 내가 미련해 보여도 나는 지금이 좋아요 조명의 빛이 밝으면 자연스레 눈을 감고 나는 나의 마음을 눈꺼풀 밖에 그리고는 해요 해와 달이 함께 서서 바람 부는 갈대밭의 갈대처럼 춤을 추고 구름과 안개가 만나 밀크셰이크처럼 섞이는 상상 말이에요 바닷가를 따라 걷는다고 바닷가가 될 수는 없겠지요 바닷물에 잠긴대도 바닷물이 될 수 없는 것처럼요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요 삶이 그런 것을, 우리가 어찌 할 수 있지 않잖아요 2022. 6. 16. 혹시라도 힘겨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며 바쁜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고 정신없는 세상을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문득 찾아온 갑작스러운 쉼표에 그대는 그때를 떠올리나 그대에게 그때가 어느 정도의 가치로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잠깐의 쉼에도 남지 않을 만큼 가치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개의 칫솔과 두 벌의 잠옷 하나의 이불과 하나의 사랑 나는 미리 문밖에서 그날의 걱정을 털어내며 그대가 있는 집으로 들어섰고 그대는 포근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여주었다 그 꿈같은 시간들이 꿈이 잠에서 깨어나면 흐릿하게 희미해지듯이 둔탁하게 지워진 것을 알지만 나는 그 흔적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다리를 절며 힘겹게 그대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나는 말없이 그대를 품에 안으리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리 2022. 5. 31.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4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