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작가192 걸레 죄는 죄를 낳고 선행은 선행을 낳는다면 그 누구도 선행을 행하지 않겠지 죄란 달콤하고, 어여쁘며 동시에 숨이 막히는 것이거든 사람들이란 결국 자기의 목을 억죄어 산소가 모자랄 때가 되어서야 목을 죄는 밧줄을 자르니까 우정과 사랑 따위의 것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목매지 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필요가 없어지면 돈으로 팔 수도 없잖아 복합적인 감정을 살피다 날카로운 칼로 긍정적인 부분만 베어버린대도, 긍정적인 부분들만 모아 새로운 감정을 만든대도 완벽한 것은 아닐 거야 누더기를 꿰매 만든 헝겊처럼 기괴하고 더러워 걸레로 쓰이다가 머지않아 버림받을 거야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2022. 7. 19. 궁금 어제 내린 비가 오늘 남아있다는 건 세상의 것들이 다음을 기억한다는 것 지금의 이야기는 과거가 되어 오늘이라는 이름의 미래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상처를 보일 텐데 글자는 아프게도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해 사랑 따위의 것들이나 지껄이다가 자기 혼자 서운해하겠지 아픈 곳이 있나요 밥은 챙겨 먹었나요 슬프지는 않나요 외롭지는 않고 있나요 아무리 읽어도 끝이 나지 않는 책과 같았던 하루 그 하루가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되고 흔적이 되고 썩어 문드러지고야 말 텐데 2022. 7. 18. 우리의 밤 내가 외운 우리의 밤은 우주의 고독보다 더욱 외로워 나는 우리를 미워했는지도 모른다 너가 외운 우리의 밤은 홀로 핀 꽃보다 더욱 낯설어 너는 우리를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밤과 너의 밤은 결국 다른 것이었으며 내가 외운 우리의 밤과 너가 외운 우리의 밤도 결국 다른 것이었다 흘러가는 시계를 보며 너를 떠올리던 나는 아픈 마음이었는데 식어가는 음식을 보며 나를 기다리던 너는 어떤 마음이었는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지만 우리의 잘못은 우리에게 있음을 우리는 알지 않는가 2022. 7. 17. 비 오늘은 하늘이 검은 것이 지금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쏟아져 내릴 듯합니다 비는 노란 가로등의 빛마저 그 색을 짙게 하고 가로등 아래를 지나는 저도 그 모습을 짙게 하겠지요 우산이 없는 저는 그저 비를 맞아야 하겠지요 제게 우산이 없는 이유는 우산을 챙기지 못함이 아니라 우산을 챙기지 않음에 있습니다 검은 하늘을 보았음에도, 비가 내릴 것을 알았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챙기지 않았음에 있습니다 이제 와 후회한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알아준대도 그것이 지금의 저를 위로해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마음을 바로잡고 호흡을 가다듬고 비를 맞을 준비를 합니다 2022. 7. 14.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4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