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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작가79

너가 나는 너를 좋아해 마음이 아리도록 좋아하지만 ( ) 너를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 가슴이 넘치도록 사랑하지만 ( ) 너를 사랑하지 않잖아 언젠가 이 낮이 끝나고 어두운 밤이 달과 별을 이끌고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우리는 온전히 밤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 나는 너를 알지만 ( ) 너를 모르잖아 언젠가 이 밤이 끝나고 눈부신 낮이 해와 구름을 몰고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우리는 오롯이 낮을 껴안아 주지 못할 거야 너는 나를 알지만 ( ) 너를 모르잖아 모든 것들이 자기를 좋아한다지만 너는 그렇지 않네 ( ) 그렇지 않아서 나도 힘이 들어 모든 것들이 자기를 사랑한다지만 너는 그렇지 않네 ( ) 그렇지 않아서 너도 힘이 들겠지 2022. 6. 8.
정원 지나간 하루가 얼마인지 손가락 꼽아가며 세어보다가 저의 두 손으로는 부족해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대와의 시간은 사건, 우연한 사건이라 여기고 그대를 만나기 전의 삶도 나름 잘 살아왔었으니 그대가 떠나간 그날부터도 마찬가지이리라 여겼었는데 아픈 상처는 흉터로 남는 법이라, 그렇기에 잊을 수 없는 법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저는 멍청한 것입니까, 아니면 영악한 것입니까 미처 외우지 못한 밤들이 걷잡을 수 없이 잊혀지고 미처 기록하지 못한 하루들이 손댈 수도 없이 지워집니다 설령 그대를 잊는 날이 와도 그대를 향한 저의 쓰라린 아픔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모자라고 어설픈 저의 삶에 영원히 기억될 것 같습니다 2022. 6. 4.
혹시라도 힘겨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며 바쁜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고 정신없는 세상을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문득 찾아온 갑작스러운 쉼표에 그대는 그때를 떠올리나 그대에게 그때가 어느 정도의 가치로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잠깐의 쉼에도 남지 않을 만큼 가치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개의 칫솔과 두 벌의 잠옷 하나의 이불과 하나의 사랑 나는 미리 문밖에서 그날의 걱정을 털어내며 그대가 있는 집으로 들어섰고 그대는 포근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여주었다 그 꿈같은 시간들이 꿈이 잠에서 깨어나면 흐릿하게 희미해지듯이 둔탁하게 지워진 것을 알지만 나는 그 흔적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다리를 절며 힘겹게 그대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나는 말없이 그대를 품에 안으리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리 2022. 5. 31.
장미와 장미가 물었다 나는 생채기 난 손목으로 작은 장미들을 방울방울 흘리며 장미에게 답했다 세상 모든 것이 붉게 물들어버리기 전에 끝내야 할 장미와의 문답, 혹은 다툼. 2022.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