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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205

연지, 그리고 곤지 새색시야 연지곤지 곱게 바르고 시집을 가버리니? 새색시야 키워준 어미도 버리고 다른 집으로 가니? 이마에 난 상처는 너무 어린 시절 이야기라 잊어버리고 말았니? 어미가 발라주신 투명한 약이 붉게 물들어 뺨도 따라 붉어졌니? 너의 낭군님은 나이 많은 원님이지 네 연지곤지는 그를 위한 표식이지 너란 꽃이 꺾이는 밤 새색시는 죽어버리고 억척스러운 여자가 태어날 거야 도망칠 수도 없는 밤 연지곤지는 지워지고 너도 누군가들의 어미가 될 거야 2023. 2. 5.
앵무새 잘 다녀와 사랑해 오늘도 힘내 전의 당신이 남겨놓은 그날의 흔적들 잘 갔다 와 사랑해 오늘도 웃자 그때 당신이 적어놓은 그날의 자욱들 이제는 먼지 덮인 새장 속의 앵무새 하나만이 남겨져, 내뱉는 유일하게 외운 것들 새장의 문을 활짝 연다 해도 그 무엇도 떠나가지 않을,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들 언제인가에 세상이 비워지는 날이 와도 비워지지는 않을 그대의 빈 자리 어느샌가에 세상이 죽어버릴 날, 온대도 다시 채울 순 없을 그대라는 사람 2023. 2. 2.
너에게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묻고 싶다 잠깐의 산들바람이었는지, 아니면 거센 폭풍이었는지, 난 역시 알고 싶다 내가 너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어도 너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말없이 웃기만 하면서, 내게 일러주겠지 사랑의 발에는 방울이 달려있어서 그 소리를 따라간다면 언젠가는 사랑을 맞닥뜨리게 되리 사랑의 눈에도 방울이 달려있어서 그 소리를 마주한다면 머지않아 그대를 바라보게 되리라 나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울고 있는 것인가 나는 그때만을 원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슬퍼하는 것인가 2023. 2. 1.
불면증 쉬이 잠이 오지 않는 밤 창밖을 내다보면 저 달은 시끄럽게, 저 별은 조용하게 저마다 속삭이지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 창밖을 바라보면 침묵은 요란스레, 정적은 숨죽인 채 다른 모습을 하지 이 밤이 지나 새벽이 밝아오면, 하늘이 제 색을 되찾으면, 그제야 나는 잠에 들 수 있을 거야 이 밤이 가고 태양이 떠오르면,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면, 그렇게 나는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물론 오늘 밤을 견뎌내야만, 내게 다가올 축복일 테지만 당연히 오늘도 참아내야만, 내게 와줄 어여쁨일 테니까 2023. 1. 31.